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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트롱홀드 크루세이더 2 - 부활의 날개짓 또는 최후의 몸부림

글쓴이 : 시에라마드레  (211.♡.31.75) 날짜 : 2014-10-06 (월) 16:15 조회 : 6947

 

 

 

 

파이어플라이. 2000년대 초 공성전을 테마로 한 RTS 스트롱홀드 1로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망 높은 제작사. 혹은 2011년 언론과 게이머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은 희대의 쓰레기 게임 스트롱홀드 3를 내놓은 악명 높은 제작사. 사람들 뇌리 속에는 후자의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한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아서 업계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춘 줄 알았지만, 죽지 않고 돌아왔다. 스트롱홀드 크루세이더 1의 후속작을 들고.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퍼블리셔의 간섭 때문에 소규모 제작사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서 좋지 않은 게임이 나온다고. 사실 퍼블리셔의 압박으로 게임 컨셉에 전혀 맞지 않는 시스템을 넣게 되고 이로 인해서 망쳐버린 게임이 많다. 어쩌면 스트롱홀드 3도 그런 이유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닐까? 그 때의 대실패 이후 퍼블리셔와 결별하고 독립적으로 만든 이 게임, 스트롱홀드 크루세이더 2를 살펴 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퍼블리셔의 쓸 데 없는 간섭 때문인가? 아니면 제작사의 역량 부족 때문인가?

 

 

실제 그래픽은 이것 보다 못하다.


첫 인상은 놀랍도록 실망적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와 3 사이 정도에 걸쳐있는듯한 그래픽은 지금이 2014년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달력을 확인하게 만들 정도이다. 3D로 바뀐 것과 사막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것은 칭찬할 부분이지만, 텍스쳐나 이펙트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미술적인 면에서도 수준 이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혼자서 만든 인디 게임 '배니쉬드'도 이 보단 더 깔끔하지 않을까. 최소한 그 게임은 눈 올 때만큼은 예쁘니까.

 

인터페이스 또한 낙제점에 가깝다. 모름지기 전략 게임이라 하면 현재 자신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창과 빠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입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만, 이 게임은 그런 면이 부족하다. 가령 게임의 주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목재, 석재 등의 자원이 현재 얼마나 비축되어 있는지 알려면 반드시 그 건물을 클릭해서 확인해야 한다. 물론 건물로 가는 단축키가 있긴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 미네랄/가스 볼 때마다 단축키를 눌러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저런 정보창이 너무 많으면 화면이 조잡해질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일 지도 모르지만, 최신 트렌드는 원하는 정보창만 띄워 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게임 내 설명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아까 건물로 가는 단축키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필자가 직접 눌러봐서 알았다. 세상에. 게임 내 어디에도 단축키에 관한 설명이 없다. 옵션? 튜토리얼? 아무데도 나오지 않는다. 직접 알아내어 표로 정리했지만 아직 필자가 모르는 단축키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드래곤볼인가?

 

튜토리얼은 너무 빈약하다. 기초적인 건물 짓는 방법만 알려주고 바로 실전으로 투입시킨다. 캠페인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불친절하고 또 설명이 부족해서 RTS에 기본적인 센스가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많이 죽으면서 배울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동봉되는 PDF 매뉴얼을 꼭 읽길 권한다.

 

 

 

내정을 다지는 과정은 꽤 재밌다. 부국이 되어 강병을 양성하자. 


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그래픽은 눈이 적응하면 넘어가지는 문제고 또 쓸데없이 화려한 것보다 이렇게 수수하고 없어보이는 것이 취향에 맞을지도 모르는 일. 단축키는 직접 알아내면 되고 인터페이스도 적응하면 된다. 시스템은 계속 죽으면서 파악하면 된다. RTS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요소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그걸 판단하고 실행하는 과정만 재밌으면 된다.

 

다행히도 그런 기본적인 시스템은 꽤 괜찮은 편이다. 식량, 목재, 석재, 철재 등의 자원을 확보하여 건물을 짓고, 나아가 인구를 늘려서 많은 세금을 걷고 마침내 웅장한 성벽으로 보호 받는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또 이 공동체를 어떻게 잘 건설하느냐에 따라서 물량전에서 승리하기 쉬워지므로 만드는 과정에서 긴장감도 느껴진다. 시스템상의 중대한 결함도 없다. 깔끔하다.

 

 

실제는 이 화면 보다 더 대규모 물량전이 종종 펼쳐진다. 진형 개념까지 있어서 토탈 워를 하는 느낌. 

 

유닛 간 특성도 눈여겨 볼만 하다. 공성 무기는 성벽을 쉽게 무너뜨리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경보병에 취약하다. 그리고 경보병은 궁병 앞에서 힘을 못쓴다. 궁병은 중보병에게 쉽게 제압 당하지만 중보병의 갑옷은 크로스보우에게 쉽게 뚫린다. 기본적인 특성도 이렇게 차이 나거니와, 여기에 더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라비안 용병이 더해져 물고 물리는 공격과 방어가 가능해진다.

 

멀티플레이에 협동 플레이를 도입한 것도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다른 RTS처럼 그냥 팀 대 팀 방식도 가능하지만, 한 세력을 같이 컨트롤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가령 한 세력 안에서 너는 서쪽, 나는 동쪽으로 지역을 나눠서 공동체 건설을 함께 할 수도 있고, 한 명은 공격 유닛 컨트롤을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내정에만 치중할 수 있다. 혹은 한 명은 전방에서 유닛을 지휘하고 다른 한 명은 후방에서 공성 무기를 다루는 것도 한 방법. 다만 이렇게 자유로운 컨트롤이 가능한 대신에 트롤링에는 상당히 취약하다. 내가 이동 시켜놓은 유닛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거나 애써 지어놓은 성벽을 지워버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하기엔 위험 요소가 많은 편.

 

 

이게 캠페인 엔딩. 좀 너무하다. 


분명히 기초적인 시스템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을 뛰어 넘는 전략의 깊이가 없다는 것은 문제로 남는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 보다 이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제작사는 이 게임의 장점으로 '건물이나 유닛을 만들 때 시간이 들지 않는 것'을 꼽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빌드라는 개념이 없어진다. 돈만 있으면 어떤 건물이든 언제든지 지어서 아무 유닛이나 바로 생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멀티 플레이에서도 다소 천편일률적인 러시만 들어오는데 그치고,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미리 대비하는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러시 들어온 유닛에 맞춰서 그 자리에서 병종을 구성하게 되니, 여기서 전략적인 요소가 크게 훼손 당한다.

 

그래서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플레이어간 대전에서는 비슷한 러시만 주고 받는 것이 반복되고 과도한 물량전만 계속 되니 이겨도 피곤하고 져도 피곤하다. 거기에 방장이 초반에 서로 쳐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평화 시간까지 걸어버리면 초반 러시도 불가능해서 실력에 관계 없이 공동체 건설 -> 물량전이라는 뻔한 패턴이 전개된다. 아직 게임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양한 전략이 개발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제일 사람이 많은 시간에도 방이 채 1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얼마나 많은 전략이 등장할지 기대하기도 힘든 일.

 

이런 경우에 그나마 플레이 타임을 확보하려면 캠페인이라도 탄탄해야 할텐데 11개 밖에 없는 캠페인 미션은 너무 빈약하기만 하다. 스토리도 그냥 구색만 갖추고 있고 엔딩은 그림 한 장으로 때우니 그저 튜토리얼 대용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사전에 제작사 측에서 만들어 놓은 스커미쉬 게임은 캠페인 보단 양이 많지만 AI가 그리 똑똑하지 못한 것이 문제. 트레뷰체트에 대한 방어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트레뷰체트만 뽑으면 끝난다고 보면 된다. 다행히도 맵 에디터를 제공해줘서 유저가 맵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재밌는 맵이 얼마나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운명이 결정될듯 하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만 봐서는 그리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 아닐까.

 

 

협동 플레이는 꽤 재밌다. 하지만 멀티에 사람이 없으니 누구와 해야할까.  


스트롱홀드 시리즈만이 줄 수 있는 공성과 수성의 재미는 분명히 아직 살아있다. 심지어 30시간 꽤 재밌게 했다. 하지만 그 이상 플레이어를 붙잡아둘 깊이는 없다. 만약 당신이 스트롱홀드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구매해볼만 하지만 100시간 이상 오래 플레이 할 명품 RTS를 찾는 사람이라면 말리고 싶다. 산다고 해도 지금의 49.99 달러는 아니다. 최소 50% 할인 때 구매할 것을 권한다.

 

사실 그래픽은 독립 개발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소 불편한 인터페이스 등은 업데이트로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10월 4일 대규모 업데이트 때 단축키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본질적인 문제인 전략의 부재와 AI 결함은 단순 업데이트로 해결 될 것이 아니라 제작사의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기 힘든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생각건대, 스트롱홀드 3의 몰락은 퍼블리셔의 간섭으로 인한 이상한 시스템 추가만 원인인 것이 아니라 실제 제작사의 역량도 딱 거기까지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스트롱홀드 크루세이더 2가 출시된 직후에는 옛 명성 때문인지 한동안 스팀 인기 순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곧 사라져버려서 판매량이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할 수 없다. 독립 개발사이니만큼 약 30~50만장만 팔아도 후속작이 나올 것 같지만, 나온다고 해도 구매하진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9.99달러라면 모를까.

 

그 정도로 스트롱홀드 크루세이더 2의 출시는 부활의 날개짓이라기 보단 죽기 전 최후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제작사는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하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약속 하지만, 어째서 숲 보다는 나무만 손대려고 할까.

 

 

★★☆☆☆

 

 


나쁜저주 (121.♡.119.106) 2014-10-10 (금) 18:25
좀 안타깝네요....사활을 걸고 제작한게 이정도니 ㅜㅜ
그래도 개인적으로 게임은 정말 잼있게 했는데 ㅎㅎ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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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Moretz (112.♡.82.217) 2014-10-11 (토) 13:21
다이하드5 리뷰가 생각나는 리뷰군요, 전문리뷰어가 존맥티아난 발톱의 때라는 평을 했다가 제작사가 한국에 대한 마케팅지원 3억을 중단시킨 일이었죠. 전문리뷰어가 혹평을 하는 리뷰라면 유저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마운 리뷰이고 스폰서 입장에서는 욕나오는 리뷰어인데 다행이도 스폰서는 없었기를 바랍니다 =_= 오늘날의 RTS는 점점 시들어져가고 AOS중 극소수만이 주목받는 현실인데 10년전 그래픽수준의 게임이라면 명성을 뒤로하고 도태되는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요즘같이 타이틀이 범람하는 시대에 거름종이 같은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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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몽 (175.♡.0.237) 2014-11-07 (금) 15:38
이글을 읽고 사는건데 덥썩 물은 제가 ㅄ 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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