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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배니쉬드(Banished) - 주민들의 목숨이 당신에게 달려있다

글쓴이 : 시에라마드레  (218.♡.65.103) 날짜 : 2014-03-15 (토) 19:27 조회 : 9482
 
 
건설 전략 게임.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건설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리우는 이 장르도 이제 역사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심시티도 벌써 1989년에 첫 번째 게임이 나왔으니까요. 건물을 짓고 이 과정에서 나오게 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마침내 처음에 구상했던 멋진 도시 혹은 마을을 이룩하는 독특한 재미 덕분에 팬 층이 상당히 두텁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장르에 속하는 게임도 참 많이 나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맥시스사의 심시티부터 불프로그사의 테마파크, 아노 시리즈, 트로피코, 시저 시리즈 등 저마다 개성있는 컨셉과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건설 전략 게임의 꽃을 피워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 장르에 신규 프랜차이즈가 나온 지가 한참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게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왔고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백만장의 판매가 보장되는 인기 장르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시티와 같이 이미 어느 정도 유명세를 확보하여 두터운 매니아 층을 보유한 시리즈만 겨우 명맥을 잇게 되었고 퍼블리셔나 제작사들이 감히 새로운 게임을 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건설 전략 게임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심시티 시리즈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건설 전략 쪽은 더욱 이런 경향이 심한 것이, 이런 게임은 상당히 복잡한 룰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 룰들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되지 않으면 팬들에게 외면 당하기 쉬우며 복잡한 시스템 덕분에 정성껏 만들어도 버그가 속출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만들기는 어려운데 들어오는 돈은 적으므로 당연히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것을 망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유명한 건설 전략 게임들만 겨우 후속작을 내오던 상황 속에 패기 넘치는 도전장을 던진 신생 제작사가 등장했습니다. Shining Rock Software. 이름은 뭔가 거창하지만 제작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실제 이 제작사에 속한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혼자서 프로그래밍과 기획, 아트, 오디오 등 모든 부분을 담당하여 만들어진 건설 전략 게임이 과연 멀쩡히 돌아가기나 할까? 하는 불안감이 스쳤지만 한 편으로는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2014 2 19일 한 사람이 만든 건설 전략 게임 배니쉬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단 겉모습은 게이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2013년에 나온 심시티와 견줄 만큼의 기술력이 들어간 그래픽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인디 게임 그래픽이 좋아 봤자 조잡 덩어리지라는 생각은 완전히 깰 정도의 그래픽은 됩니다. 울창한 숲과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고 투박한 건물 디자인 또한 자연 경관에 잘 녹아 듭니다. 수십 명의 주민들이 동시에 작업하는 모습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특히 겨울에 눈이 내린 마을의 모습은 플레이 도중에 잠깐 멈춰놓고 연신 스크린 샷 버튼을 눌러댈 정도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 내리는 날의 분위기도 제법 그럴싸하고 가끔씩 나타나는 토네이도는 자연재해의 위압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적화도 상당히 잘된 편입니다. 보통 마을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기 시작하면 상당한 렉이 발생하리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중형 맵에서 백 여명의 주민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더라도 큰 부하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몇몇 사소한 버그들은 존재하지만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는 1.0.1 버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소한 버그 마저 곧 패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버그 투성이의 미완성인 게임을 5만원에 팔아먹는 어떤 게임 회사와 상당히 비교가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래픽 면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일 정도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게임의 설정이나 컨셉은 건설 전략 게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설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룰이 생기고 새로운 룰이 모여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컨셉이 그저 스토리나 그래픽이나 엔딩에만 영향을 미치는 특정 장르들에 비해서 중요도가 높습니다. 가령 심시티의 경우에는 시장이 되어서 자신의 도시를 건설한다는 컨셉 덕분에 세수와 세입이라는 룰이 생겨나고 치안과 소방 등 행정 서비스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상업/공업/주거의 비율이 핵심 목표로 자리잡게 됩니다. 따라서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컨셉을 잡는 것이 게임의 흥망에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배니쉬드는 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원래 살던 곳에서 추방된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을 컨셉으로 합니다. 살아남는다는 것. 즉 서바이벌은 최근들어 한 달에 몇 개씩 쏟아져 나오는 흔하디 흔한 컨셉입니다. 이제 거의 식상할 정도죠. ? 또 생존이야? 좀비는 안 나온대? 하지만 이것이 건설 전략과 만났을 때 전혀 식상하지 않은 게임이 됩니다. 그리고 이주민이라는 점에서 언뜻 세틀러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세틀러 보다는 좀 더 환경과의 대결에 집중한다는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건설 전략계의 Man vs Wild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드워프 포트리스와 살짝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컨셉 덕분에 배니쉬드만의 독특한 룰이 생겨납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만 가지고 낯선 곳에 버려진 우리의 추방자들이들을 죽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죽는 방법도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사고로 죽고, 멧돼지한테 공격 받아 죽고,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죽고, 과일 먹다가 독에 걸려 죽고, 나이가 들어서 자연사 하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플레이어가 집중해야 할 것은 굶어 죽는 것과 얼어 죽는 것 그리고 나이 들어 죽는 것입니다.
 
 
일 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주민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 임산물을 채집하는 건물을 짓고 낚시를 위해서 낚시터를 짓고 사냥을 위해 사냥꾼의 오두막을 지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원시적인 생활을 하며 버텨 나가다가 어느 정도 인구에 여유가 생기면 밭을 일구고 과수원을 지어서 농사를 짓기도 하며 목장을 지어서 소나 양을 키우기도 하며 닭(여기서도 치느님은 위대하십니다)을 키워서 늘어가는 식량에 대한 수요를 채워줘야 합니다.
물론 이들 중에 분명히 효율이 높은 식품은 존재합니다. 게다가 까딱 잘못해서 식량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단체로 죽어나가는 게임 특성상 효율을 따질 수 밖에 없는데, 효율이 높다고 한 가지 식품만 계속 공급하면 주민들의 건강도가 낮아져서 질병에 걸리기 쉬워집니다. 초보에겐 비교적 타이트한 식량 생산 체계와 독특한 건강도 시스템이 맞물려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민들이 얼어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추위를 피할 집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나무를 베어 장작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두면 일단 얼어 죽는 일은 없어지지만 이대로는 장작의 소모량이 극심합니다. 따라서 목조주택을 석조주택으로 바꾸어 한기가 집 안에 덜 들어오게 해주어야 하며 옷을 입혀서 추위에 대한 저항을 높여주어야 합니다. 혹시나 겨울을 앞두고  장작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겨울을 채 넘기지 못하고 줄초상을 치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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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파.괴.하.는 토네이도
 
이 외에 나이를 먹으면 자연적으로 죽기도 합니다. 이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전체 인구가 줄어들지 않기 위해서 주민들이 2세를 낳고 2세가 3세를 낳게 하여 일정한 인구 증가율을 유지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 한국 사회처럼 고령 사회에 접어들어 일할 사람들은 곧 죽어버리고 애들만 몇몇 남아 밥 달라고 보채게 되는 끔찍한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심시티와는 달리 한 주택에는 한 가족만이 입주합니다. 가족의 단위는 2명일 수도 있고 그 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족 안에 혼자 독립해도 될 정도의 나이가 된 자녀가 있다면 이들이 분가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게 새로운 집을 지어줘야 합니다. 새로운 집에는 새로운 가정을 시작할 남녀 한 쌍이 입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13세 남자와 35세 여자가 가정을 꾸리는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가족 시스템 덕분에 한 가정 한 가정에 묘한 애착이 생기게 됩니다. 주민들을 그저 일꾼으로 보는 관점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가 책임지고 안락한 삶을 보장해줄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보라. 옛날에 윤리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군요.
떼죽음을 당하지 않고 마을이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출 정도에 이르게 되면 이제 남는 자원을 팔고 부족한 자원을 수입하는 무역도 하게 되고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공동 묘지도 만드는 등 점차 생존에서 번영으로 나아가게끔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는 단계로 접어듭니다.
 
 
수 많은 맵을 제공하여 거의 무작위 생성에 가깝도록 만든 것은 놀라운 부분
 
이렇게 문제 해결 인구 증가 이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 다시 문제 해결 다시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에 생존 요소를 접목한 것이 흥미를 유발하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생존의 단계를 터득하고 나서 번영의 단계로 접어들 때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운 도전을 불러일으킬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은 이 게임의 결정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토네이도와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마을이 쑥대밭이 되기도 합니다만 이후 마을을 재건하는 과정도 처음에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일정 시점을 지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아 쉽게 지겨워 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거의 무작위 생성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맵을 제공해주지만 그 맵에서 한다는 것도 거기서 거기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령 맵에 따라 숲이 우거진 지역이 걸리기도 하고 숲 대신에 산이 많은 맵에 걸리기도 합니다. 제작자의 의도는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는 목재 생산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숲이 별로 없고 산이 많은 지역은 광산과 채석장 위주로 풀어나가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숲은 관리하기에 따라 무한하게 목재를 생산할 수도 있고 효율 또한 좋은 편이지만 광산과 채석장은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고 숲에 비해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훨씬 높으며 노동력 투입 대비 산출량이 낮다는 큰 문제점 때문에 이런 상황을 기꺼이 재미로 받아들이고 도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냥 숲이 많은 맵이 걸릴 때까지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맵에 따라 초반 플레이가 달라지더라도 결국 중반을 넘어가면서 상당 부분 무역에 의존하게 되면 맵에 따른 플레이 방법의 차이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는 꽤 크리티컬한 문제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더 이상 할게 없다고 느껴지는 단계에 오기까지는 적어도 수십 시간이 들며 여기까지는 상당한 재미를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1인 제작 게임에 그것도 그 사람이 만든 처녀작에 수백 시간 동안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은 약간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9.99 달러라는 다른 게임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의 생각이 듭니다.
 
 
마을을 어떤 모습으로 가꾸어 나갈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런 장르의 게임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이 나온 지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포럼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령 농사를 지을 때 돌려짓기를 하지 않아도 지력에 영향이 없는가?(요즘엔 영향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것 같습니다) 낚시터는 정말 효율이 안 좋은가?(요즘엔 설치하는 장소에 따라 채집 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등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질 정도로 이런 장르의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해고 설계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기가 까다로운 반면에 구매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건설 전략 쪽 신규 IP의 출현이 거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야 이까짓 거 혼자서도 만들 수 있어'라는 희망을 쐈다는 점에서, 이런 장르의 게임도 만들기에 따라 한달 내내 스팀 인기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박을 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쐈다는 점에서, 건설 전략 장르에 기념비적인 게임이 등장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7/10

크레도스 (121.♡.190.48) 2014-03-15 (토) 21:59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이런장르를 예전엔 참 많이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즐기지 못하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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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이형 (125.♡.97.56) 2014-03-15 (토) 22:26
리츄 좋네여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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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를이끄는자유 (121.♡.203.185) 2014-03-16 (일) 06:25
에헱! 내 앞에서 심시티 야기 따위!

곧 10버전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날리를 치고 있지만

야들 오프라인 모드 내놓는다고 작년에 말해놓고 아직도 오프라인 모드 따위 없음....

멀티 동기화도 개 똥이고.....

혀튼 심시티보단 잼슴.....

할건 심시티가 더 많다구요???

그 할거 많지만 그 할것들을 못 하는게 심시티이니!

할것 적더라도 제대로 할수 있는 심시티를 원하는게 유저인데 이걸 재한에 걸어두니 욕하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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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shin7 (121.♡.65.184) 2014-03-17 (월) 14:59
건설시뮬에 생존,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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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 (118.♡.31.182) 2014-03-24 (월) 02:56
용량도 적고 할거 많고 가격도 싸고 괜찮은 경영시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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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Jauber (175.♡.88.125) 2014-07-02 (수) 14:15
용량도 거의 안먹는데 완전 타임머신이라 놀랐어요.
문명, 심시티 수준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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